[시] 무당거미
어둠이 열리는 늦새벽 거미줄 늘어진 나무 아래 안개빛 윤슬 한 폭 무얼까 눈 돌려 따라가니 빨간 엉덩이 내놓고 먹이를 부르는 애교쟁이, 그네를 타고 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배를 채울 수 없는 고독한 시간만 흐르는데 시야 밖 나비 한 마리 햇살 따라가는 걸 본다 역세권 밖이다 마른 입술로 사슬을 접는다 점점 짧아지는 낮 시간 나무껍질 속, 엄마의 젖내 가득 풍겨오는 잠자리 속에서 몇 번의 꿈을 청하려는가 무당거미 엄경춘 / 시인시 무당거미 시간 나무껍질 나무 아래안개빛 애교쟁이 그네